현지 실정에 맞는 교과과정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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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월수외국어대학교 동방어계
조선어학과 박춘태 교수 |
한 나라 언어의 힘과 국가 경쟁력은 일반적으로 비례한다. 오늘날
한국어 국외 보급은 분명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 한국어의 국외 보급을 해외 이주와 연계시켜 본다면 약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860년대 경제적 유민으로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하면서 제한적이기는 하나 본격적으로 한국어 보급이 시도됐다고 볼 수 있다. 광복
이후 근자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한국어 국외 보급의 중심에는 민간의 몫이 컸다.
이제 한국어가 보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민간의 체계적인 보급 전략이 필요하다. 한 국가의 언어를 국제어,
세계어로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데는 언어를 통해 국가가 동시에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새 천년에 접어든 이래 국내·외적으로 우리 말,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학습하려는 수요자가 비활성권역으로까지 확장해 가고 있다.
한국어 학습자의 부류는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학습하는 일반목적과 학문, 취업, 이주와 같은
특정동기와 목적을 위해 한국어를 학습하는 특수목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어 국외 보급은 한국어 경쟁력 강화, 한국어 위상 강화, 그리고 국익 증진에 핵심적인 인자로써 그 의의가 크다. 현재까지 국외 한국어
현장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현장 중심의 한국어 교육과정, 현장 친화적 한국어 교육 등 한국어 보급의 내실 있는 인프라 구축이
부족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한국어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든, 해당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든, 한국어 보급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현실성, 활용 가능성을 갖고 한국어 보급이 지속돼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시대에 자국어 중심주의에 입각한 언어 보급은 배타성이 강하다. 피보급국가의 국제적 위치, 경제성을 준거로 삼기에 앞서
그 나라와 민족의 다양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국어 국외 보급은 경제적, 문화적, 외교적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권역별 수평적 한국어 보급의 미구축,
현지 실정에 맞는 교과과정의 미흡 등 보급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최근 지역별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에 따른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어 국외 보급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현지 실정에 맞는 교과과정과 문화상호주의에 근거하는 것이다. 학문목적이든, 특수목적이든 현지 실정에 부합하지 않고 실용성이 없다면 가치
있는 한국어가 될 수 없다.
또한 문화상호주의는 문화 간 갈등을 해소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큰 힘이 된다. 이를 위해
상대국가의 언어·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철학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에만 초점을 맞춘 획일적인 한국어 보급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다양한 관심과 적성에 맞아야 할 것이며 쌍방향 문화교류의 차원에서 접근성이
쉬워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국외에 보급되는 한국어 교재는 대부분 한국문화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자문화중심주의는 문화적 우월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국가별 문화항목이 명시돼야 하고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이 확보돼야 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취업비자의 비율이 42.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현지에서 취업한국어의 비중을 높여 한국의 경제, 법, 제도,
사회, 기업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다양한 전문가·자격증 소지자를 교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까지 국외 현장에서 한국어 교원은 대부분 인문학 및 언어교육을 전공한 교원이 주로 활동하고 있는 관계로 다양한 학제 간 연계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획일화된 고정관념과 틀에서 벗어나야 하며 학문 사이의 경계에서 탈피해 한국어와 기타 학문을 융합해 사회·국가적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국외에서 한국어 보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어와 관련된 인식과 실천이 현지국 사회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지국 사회의 문화적 역동성 속에 한국어 보급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어 보급의 성공 기준을 단순히
수요자 통계로 평가하기보다는 권역별로 잘 연결된 구축망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며 공감과 소통의 철학이 선행돼야
한다.